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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/ Amazarashi (한국어 커버)

한새벽_moarmy 2022. 10. 5. 23:00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부두에서 괭이 갈매기가 울어서야

파도에 밀려밀려 떠올라 사라지는

과거나 조아먹고 저 멀리 날아가라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살구꽃이 내 생일에 피어서야

나뭇잎 사이 내린 빛살에 잠든다면

벌레의 껍질과 함께 흙이 될 수 있을까

박하사탕, 항구의 등대

녹슬은 육교와 버려진 자전거

나무로 지어진 역의 난로 앞에 서서

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내 마음은

오늘은 어제와 다를 바 없다는 걸

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가야 해

알고있어 알고 있어 하지만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마음이 텅 비었기 때문이야

채워지지 않아서 울고있는 이유는

채워지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일까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이야

매듭을 고치는 건 아직은 서툴러서

사람들과의 관계도 또 마찬가지야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야

침대 위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나

과거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어

컴퓨터의 희미한 불빛

윗 층에서 들려오는 달그락 거림

인터폰의 울려대는 벨소리와

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녀

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고 있는

좁디좁은 단칸방의 돈키호테

어차피 그 끝은 가혹할텐데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차가운 사람이라 들었기 때문이야

사랑받고 싶다며 울고있는 이유는

사랑의 따스함을 이미 알고있어서야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아름답게 당신이 웃어주니까

죽음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이유는

너무 진지하게 세상을 살아가서일까

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건

아직 그대를 만나지 않아서야

그대같은 사람이 태어난 이 세상을

조금이나마 좋아하게 되었어

그대같은 사람이 살아갈 이 세상이

조금이나마 기대가 되곤 해